저 멀리서 누군가를 부르는 나긋한 미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리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바람결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부슬부슬한 연녹빛 머리칼을 가진 청년이다. 정돈해도 언제나 뻗친 뒷머리는 차분히 가라앉을 줄을 몰랐고, 그대로 삐죽 튀어나오도록 내버려둔 지 오래였다. 슬며시 감고 있는 두 눈의 가지런한 속눈썹은 빛을 받아 조금씩 반짝인다. 드물게, 깜짝 놀라 눈을 뜨는 일이 생기면 맑고 선명한 금안을 마주하게 되는데, 언제 놀랐냐는 듯 습관처럼 입꼬리를 올려 부드럽게 미소 짓는 얼굴은 왕국민이 떠올리는 인자하고 성스러운 사도의 인상과 큰 차이가 없었다. 물론 종종 나이에 걸맞은 순수하고 천진한 미소가 지어질 때도 있었다.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 양쪽 귀에 걸린 금귀걸이가 빛을 반사하고, 언제나 착용하고 있는 푸른 보석을 고정한 목걸이는 그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전체적인 행색은 단정했다. 얇은 뼈대는 옷의 널널한 품에 의해 숨겨져 잘 드러나지 않았으며, 소매가 기다란 연회색 로브는 웅크리고 자다 일어났는지 구김을 찾아볼 수 있었다.